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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 치열한 자기 발견
▲ 여성 목공 박영민씨, 입체화된 한 폭의 그림 '각광'

"음악이나 그림은 행위에 심취하는 주어진 시간을 벗어나면 오히려 공허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지요. 하지만 가구 창작은 시작에서 끝까지 설레이고 작품을 완성한 뒤에도 활력을 주는 여운이 지속되지요. 누군가 가구를 쓰고 만지고 보고.. 삶과 연결되어 있는 때문인 것 같아요."

친환경 생활가구를 제작하는 '나무'(영등동 759-2, 831-0707)의 목공예인이자 대표인 박영민(44)씨의 말이다.

동종의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목공 박씨의 여섯평 남짓한 작업실은 '나무'의 목공예 작품 20여점이 진열된 응접공간과 맞붙어 있다.

20여평의 응접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박씨의 가구들은 "그 자체가 입체화된 한 폭의 그림이다"는 '나무' 마니아들의 찬사를 실감케 한다.

특히, 전체 공간을 지배하는 가구들의 색채와 디자인은 작가가 지향하는 특정한 통일성을 확보하고,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질서를 찾고 있는 가구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또 하나의 대형 설치미술이 되어 관람객을 매료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맑은 유리만이 경계를 구분하는 작업실의 전기톱이나 드릴, 끌과 같은 각종 공구들은 편안한 공간에서 엿보는 위태한 역동성을 더해 안정과 파격이 주는 생경한 조화에 또 한번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무시무시한 톱날의 날카로움이 나무를 파고들며 내는 파열음을 여린 여성의 손과 가슴은 어떻게 수용해 내는 것일까.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얼어붙어버리는 본능적인 여성성은 어떻게 통제되고 풀려나는 것일까. 더구나 너그러운 구석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기계를 다루면서 단 한번도 다친 적이 없다는 박씨의 놀라운 균형감과 인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같은 능력은 힘이나 요령만으로는 얻어내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닥치면서 관람객은 보편적인 현실의 균형을 깨고 관념으로 사고를 확장하지 않으면 이 공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박씨는 목수라기 보다는 구도자가 아닐까.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 때의 생명을 잃었다가 제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지요"라며 활짝 웃는 박씨는 관람객의 관념에 조차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렇다면, 나무를 다루는 목공이 소우주의 신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그런 초월적인 능력을 갖게 한 것일까.

최근 나무의 작품들이, 많지는 않지만 극렬한 마니아들에 의해 각광을 받고 있는 해답을 여기에서 찾게 된다. '나무' 마니아들은 딱딱한 나무의 결을 살피고 거친 나무의 질감들을 수없이 손끝으로 매만지면서 깎고 자르고 끼우면서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박씨에게 그대로 매료된다는 것.

게다가, 작업과정에서 비산하는 톱밥 먼지와 구슬땀이 박씨의 내부와 외형에 뒤범벅되어 실체가 뭉게져도 꿈쩍않고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치열한 행위에 일체감을 느낀 사람이라면 박씨가 만든 가구는 가구 이상일 수 밖에 없다.

첼로의 선율이 갖는 중후한 긴장감과 그림이 지닌 색감이나 형태가 나무의 질감을 만날 때, 그리고 폭발하기 직전의 에너지를 갖고 천천히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박씨의 무서운 절제가 그의 마니아들을 사로잡는 것이리라.

그러나 정작 박씨의 표정은 '아름다움은 피땀의 소산'이라는 예술의 명제와는 너무나 동떨어지게도 평온하다.

박씨는 "요즘은 가구가 없어도 사는 세상인데 보고 즐기는 장치적 요소를 높이사서 과분할 정도의 관심을 가져주는 고객들에게 감사한다"고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혹자는 고가의 친환경 재료나 장비들로 남는 것도 없는 장사를 왜 하느냐고 묻는데, 좋아서 그저 즐거움을 주니까 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씨는 또, 일반의 가정주부들을 향해 "내가 하는 일이 사치일지라도, 좋은 음악회를 보고나서는 몇일 반찬이 소홀해도 거뜬한 것과 같이 정신적으로 넉넉해 질 수 있다면, 그러한 사치는 꼭 누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들려주면서, "나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이라면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박씨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이가 제 가구를 살 형편은 못되지만 거울을 표구한 작품을 보면 여름을 느낀다며, 오고 가면서 볼수 있도록 팔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누구라도 제 가구를 통해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박씨는 원광대 한방병원장 김강산(45)씨의 외조를 받고, 슬하에 아들을 둔 가정주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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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뉴스 공인배 기자 07-08-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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