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황숙이었던 유비가 시골의 일개 서생이었던 제갈량을 3 번 찾아갔다. 제갈량을 영입하여 한나라를 재건하겠다는 마음으로 한참 어린 제갈량이 낮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렸다. 그 당시 유비는 변변한 영지 하나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제갈량은 그의 정성과 겸손함에 이끌려 세상으로 나왔다.

이런 일은 비단 중국의 고사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더라도 세상을 이끌 경륜을 가진 사람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왕이 정성을 들인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조선조 초기에도 이성계나 이방원을 역도로 치부하던 고려조의 신하들 중 제법 많은 사람들이 국왕의 진심어린 행동에 의하여 마음을 돌렸다.

중국을 삼등분 했던 일세의 영웅 유비나 조선을 세운 이성계 부자도 이처럼 진실한 마음을 전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였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들은 올바른 뜻을 가진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눌 때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결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익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이 전 시장의 말이 떠오른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하기 위하여 현장에 일천번도 더 나가서 시민들과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전 시장은 현대건설의 초창기부터 몸담고 온갖 난관을 극복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라는 것을 체득했을 것이다. 시정에 대한 최고책임자가 현장을 누비면서 의지를 피력하였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대역사를 이루어 낸 것이다. 그 결과로 오늘날 대권후보의 유력주자가 된 것이 아닌가!

일세를 풍미한 영웅들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몸을 낮추고 소통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하물며 요즘과 같은 '필부의 시대' 아니 '모두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시대'에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합리적인 계획을 뜨거운 열정으로 녹여서 만든 꿈을 가지고 헌신적인 자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보통사람]일 때 작은 명분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사람]일 때 사람은 누구나 당근이 보여야 움직이는 속성을 갖는다. 하지만 그 사람을 [대의를 아는 사람]으로 대할 때 [보통사람]은 이기주의를 떠나서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흔히들 말하는 님비현상, 핌피현상, 바나나현상은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사람을 [보통사람]으로 만드는 [별볼일 없는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솔직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해관계자 모두를 찾아가서 대의를 위하여 조금씩 양보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합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기 때문에 선량한 주민이 이기주의자로 돌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힘들다. 구체적인 꿈에 열정을 담고 헌신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는 대의에 불을 붙이려면 무쇠로 만든 신발이 닳아 없어지도록 다니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진실의 불씨를 심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청에서 청계천은 매우 가깝다. 하지만 그 가까운 거리도 의지가 없으면 천릿길이 될 수 있다. 지역발전이라는 이상을 익산이란 도화지 위에 멋지게 그리려면 뛰고 또 뛰고, 소통하고 또 소통해야 한다.

무능한 리더는 시민을 [이기주의자]로 만들고 유능한 리더는 시민을 [대의를 아는 멋진 사람]으로 만든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들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리더를 선출하는 사람은 또 시민 자신이다. 결국 [멋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멋진 시민]답게 [멋지게] 권리를 행사하는 안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지난 4월11일 게재 된 <주민 분노에 익산시 '딴전'>하하핫 기사에 '삼고초려' 님이 올려 주신 댓글입니다.